제가 근무하고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는 한 여학생을 남 모르게 살펴주던 일반학급의 3학년 윤형이가 방송시대에 글을 보내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3학년 단체 수업을 지원하고 있고, 특수교육 이해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내용을 주된 수업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작은 움직임이지만 일반학급 학생들의 가치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되어 현장에 있는 교사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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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3학년을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일이 있어요. 아니 어쩌면 제가 살아가는 동안은 저의 가슴과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 같아요.
바로 3학년이 막 시작되어 선생님의 얼굴도 채 보지 못할 무렵 단체 시간이었어요. 수요일 1교시였는데 9시가 되어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지 않고 10분이 다 되어서야 오시더라구요. 첫 인상은 옆집 아줌마 같은 편한 인상이었구요. 특유의 말솜씨를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데 단체 선생님께서 태연 학교에서 근무하실 때의 일을 얘기해 주셨어요.
그 이야기는 ... 태연 학교의 한 명의 친구가 똥을 쌌는데, 그걸 본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고 그 친구들을 씻겨줄려고 한다는 거였어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그래서 단체 선생님은 아이들의 똥 냄새가 가장 향기롭다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가 왜 그리 저의 마음에 와 닿는지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흘렀고요.
사실 저에게는 이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아마도 그 때의 일이 생각나면서 친구들도 생각이 나고, 그 시절도 그리워지고, 그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저에 주위에 휩싸였어요. 정말 6학 때 메아리 학교에서 전학 가기 전까지만 하여도 저에게는 손과 발 같은 친구였는데, 그래서 헤어져서는 못 살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오히려 몸이 불편하고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기에 세상을 순수하고 깨끗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요. 그러고 보면 서로를 위한다는 것은, 더 똑똑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배웠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단체 선생님이 말씀하신 의미가 뭔지요. 똥
냄새가 왜 가장 세상에서 향기로운지요. 그 냄새는 바로 사람의 향기니까요. 맞아요.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향기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에게도 그런 향기가 날까요?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의 향기 말이예요. 아니 날 수는 있을까요? 그런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끔씩은 이 세상이, 이 학교가 마치 사막 같아요. 사람의 향기는커녕,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서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경쟁만을 하는 세상 같아요. 저의 괜한 생각인가요?
선생님! 우리는 사람의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요. 아무리 황량한 사막일지라도 서로에게 사람의 향기가 있다면 서로를 의지하면서 오아시스를 찾을 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쵸?
단체 선생님의 이야기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고, 메아리 학교 때의 친구들과 선생님이 저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다만 제가 그걸 느끼고 있지 못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다음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눈물을 흘렸지요. 감정에 북받쳐서요. 그 이후로 마음으로나마 그 친구들과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힘들 때마다 미소짓도록 할거예요.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저에게 친한 여동생이 한 명 생겼어요. 그 여동생의 이름은 곽미연인데 1학년이예요. 미연이를 알게 된 즉 사연은 이렇지요. 어느 날인가 1,2,3학년이 같이 점심을 먹다보니 자리가 부족해 서서 먹는 아이들도 있는데 한 여자아이에는 10자리 정도 자리가 있어도 아무도 앉지를 않더라구요. 그래서 빈 자리도 못 찾고 있는데 잘 됬다고 생각을 하고는 그 여자아이 주위에 앉았지요. 그러고 저랑 친구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맛나게 점심을 먹는데 그 여자 아이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칼칼 웃는 것 있죠. 그런데 그 다음날도 우연히 그 여자아이 옆에 앉게 되었지요. 그리고 어김없이 그 여자아이는 깔깔 웃었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 너랑 같이 먹는 친구 있나? 없으면 우리랑 같이 먹자. 그럴래?"
그러니까 그 여자아이는 함박 웃으면서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 후 그 여자아이가 미연인 것을 알았지요. 그리고 1학년이며, 몸이 불편하여 친구들이 다 꺼려한다는 것도 알았지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미연이는 손을 조금 떨고 말을 조금 부자연스럽게 하지요. 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미연이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가 있지요. 그래서 아마 아이들이 미연이를 꺼려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미연이랑 먹기로 잘 했다고 생각을 했지요. 몸이 불편한 것보다도 세상에서 자기 혼자라는 외로움이 때로는 사람을 더 지치고 아프게 하는 것을 잘 아니까요. 그리고 미연이가 언젠가 그러더라구요.
"언니 난 이때까지 누구랑 같이 먹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언니 나랑 같이 먹어줘서 고마워."
이 말을 듣는 순간 미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몸에 좋은 약보다는 마음에 사람에 의해 난 상처를 치료해줄 사랑이 필요하다구요. 그리고 그 사랑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다구요. 그래서 그런지 미연이는 아무나 보고도(자신을 보고 있지도 않는데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지요. 때로는 그 말이 사실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어쩌면 미연이의 마음속에는 피해의식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러지 않는답니다. 요즘은 친구들 보면은 자기가 먼저 인사도 하고 많이 밝아 졌어요. 우리에게 자기가 겪었던 일과 같은 이야기도 하구요. 말도 걸고요. 농담까지도 한답니다. 정~~~~말 많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미연이에게 큰 변화가 있어요. 바로 뭐냐면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리고 자신감도 생겼는 것 같아요. 맨 처음 우리를 만났을 때 숫가락질을 할 때 자신은 2급 장애인이라면서 숫가락질을 못한다고 떠먹여 달라고 투정을 부렸지요. 맨 처음에 정말 그런 줄 알고 해 주었는데 미연이 친구들이 미연이가 숫가락질을 서투르기는 하지만 할 줄 안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난 후 혼자서 먹으라고 했지요. 국도 혼자서 떠먹고, 젓가락질도 혼자서 하라고요. 어자피 우리가 졸업을 하면 누가 밥을 떠 먹여 줄 사람도 없고, 그리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서 숫가락질을 못한다면 생활하기 힘들꺼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어쩌면 미연이에게는 넘어가야 할 산이라구요. 외롭고 힘들겠지만 본인인 미연이가 해야하고 우리는 그저 곁에서 바라만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미연이가 투정을 하여도 우리는 냉정하게 받아주지 않았고 이제는 혼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먹어요. 비록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밥을 흘리더라도 우리는 그저 바라볼 뿐이죠. 하는 거라고는 '그렇게 하면 돼'하고 격려하고 칭찬하고요! ! . 그리고 식판을 나르는 일도 혼자하게 했지요. 비록 국이 넘치더라도요. 가끔씩은 도와 줘야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인제는 능숙하게 하니까요. 아참 그리고 선생님이 2-8 담임 선생님이시죠. 선생님 반 아이인 걸로 생각이 드는데 수경이랑도 같이 먹어요. 수경이는 정말 모든 일을 척척 알아서 하지요. 장난도 잘 치고요. 정말 밝아서 좋지요.
그래서 요즘은 저에게 점심시간이 정말 재미있어요. 어쩌면 점심시간이 저에게는 항상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 나도 누군가에게 미비한 힘이지만 도움이 된다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누구에게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은 나에게도 힘이 되거든요. 그리고 주는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훨씬 큰 것 같고요.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자꾸 미연이 이야기만 하게 되네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어요. 미연이는 자신의 이름만 쓸 정도이지만 생각은 참 깊은 것 같아요. 단체 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미연이랑 같이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미연이가 한 말이 정말 저를 부끄럽게 하더라구요.
" 저는 결혼 못해요.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혼자서 공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봤어요.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 빨래도 하면서, 설거지도 하면서 도와 드릴 거예요. 그래서 저는 결혼을 할 수 없어요."
미연이의 지능을 낮을지 몰라도 누구보다도 생각은 깊죠? 아무나 그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는데 말이죠. 그런 따뜻한 마음을 계속 가꿔나갈 수 있게 세상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텐데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은 정말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가봐요. 바로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건가봐요. 정말 저도 그런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싶어요.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이제까지는 제가 너무 미연이와 메아리 학교의 친구들 이야기만 한 것 같네요. 이제부터는 저의 고민을 얘기 할께요. 제가 언젠가 그랬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의 해답을 찾은 것 같다고요. 그런데 그 해답을 따라 계획대로 잘 해 볼 려고 하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바로 공부죠. 이런 고민은 고3이면 매일 아니 눈만 뜨면 하는 생각이겠죠. 그래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성적이 눈에 보이게 올라가지가 않네요.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후회를 하네요. 좀 더 일찍 마음잡고 공부를 할 걸 하고요.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을 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처럼 열심히 해야죠. 결과야 어떻게 됐든 간에 과정이 중요하겠지요. 적어도 내 자신에게 떳떳이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게, 후회가 남지 않게 말이에요. 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무서운 것은 대학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지요. 지금 다짐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세상을 포기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사람의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는 향기와 함께....